동부서버 추가

 

누군가에게는 그냥 서버 추가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천지개벽이다. 예전에는 핑이 200 조금 넘게 왔다갔다 하다보니 PVP와 PVE 장판 회피가 중요한 게임에서는 플레이 만족도가 높게 나오기 어려웠다.  핑에 관계없이 잘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잘하느냐 못하느냐 문제를 떠나 일단 반응이 느린게 느껴지면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에 장창 하나 꼬나쥐고 엄청난 재미를 느끼며 흠뻑 빠져들었다가 몹의 장판 스킬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객사했다가 접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동부서버라니 언제부터인가 광고를 통해 봤던 서버 추가는 다시금 알비온에 대한 좋았던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토탈워 워해머3를 하느라 다른 게임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토탈워 파라오다~ 게임 버그다~ AI가 망가졌다~ 등등의 이유로 마침 할 게임도 없던 터였다.


게임에 접속해보니 핑이 100이다. 이 정도면 내 기준 아무 문제없다. 튜토리얼 완료 후 프리미엄 3일과 함께 본격 알비온 생활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빡세다

 

역시 내가 반했던 매운 맛은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이쪽이다. 예전에 창하나 꼬나쥐고 할 때는 게임 개념을 잘 몰라서 레드존도 벌벌 떨면서 갔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흐른 시간만큼이나 제법 대범해졌다. 바로 블랙존이다. 그런데 호기롭게 블랙존에 들어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도 쉽게 첫 시도가 좌절 됐다. 


그때도 몰이 사냥이란 것이 있었던가? 사실 블랙존을 잘 가보지를 못해서 몰랐는데 말그대로 ‘사냥’을 당했다. 블랙존에 난 길을 따라 다음 존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갱커 한명이 슬슬 나를 출구 쪽으로 내몰았다. 어차피 가던 길이 곧 도망 가는 길인지라 그대로 길을 따라가다보니 갑자기 3~4명의 갱커가 이미 말에서 내린 채 나를 죽일 준비를 끝마치고 달려들었다. 


어버버. 1초도 걸리지 않는 사이에 내가 애써 장만한 4.1장비가 그대로 산화했다. 갱커들의 삐까뻔쩍한 장비를 보아하니 어차피 내 장비는 심심풀이 땅콩도 안되는 실버였을텐데 그냥 재미 삼아 죽인 것 같아 보였다. 

 

동부서버라고 왠지 쉽게 봤던 내가 스스로를 돌아봐도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서부나 동부나 나는 밥인데 몸을 좀 더 사려야 했다. 

 

레드존과 블랙존 알비온의 꽃

혼자가 무서우면 파벌전에 참가해서 우루루 몰려다녀도 된다

알비온 리뷰를 찾아서 읽어보는 사람은 이제는 대략 레드존과 블랙존이 뭘 의미하는지는 잘 알 것이다. 그래도 굳이 한 번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이 두 공간이 알비온의 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드존과 블랙존은 모두 PVP 존이다. 여기서 죽으면 보유한 실버와 창고에 있는 아이템을 제외한 모든 장비를 잃는 대신에 블루와 옐로존에 비해 보상이 크다. 레드존은 스스로를 PVP가능 상태로 전환을 해줘야(일명 칼을 켜고)하고 해당 맵에 칼을 킨 사람이 몇명인지 공개되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PVP에 대비하기 좀 더 수월하다. 블랙존은 레드존보다 보상이 크지만 완전 자유 PVP다. 모두가 적이다. 1:1만 예상했다가는 피보기 딱 좋다. 떼거지로 몰려 다닌다. 다굴을 맞아보면 다소 불합리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재미라고 생각한다면 나름 심장 쫄깃한 추격전을 즐길 수도 있다.

 

PVE는 아무래도 언젠가는 무료해지게 마련이다. 똑같은 스킬, 똑같은 동선,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다보면 지금 뭐하고 있나싶은 마음에 현질이나 자동사냥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매운맛 PVP가 끼어들면 보이지 않는 적을 경계하느라 PVE에도 긴장감이 생긴다. 그냥 편히 몹을 잡고 돈을 긁어 모으는 게임을 하고프다면 알비온 온라인은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재화가 유의미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어느 게임이든 재화는 다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뉴비 입장에서는 기존 고인물의 보유 재화량을 따라잡을 수도 없고 그 격차도 어마무시하게 커서 뉴비가 슬라임이나 고블린류를 때려잡고 찔끔찔끔 모으는 재화는 엄청난 인플레이션 앞에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있는 사람은 더 더 부자가 되고 없는 사람은 이미 뒤쳐져서 더 이상 따라잡을 엄두도 안나는 현실이 게임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다.

소소한 행운이 즐겁다

그런데 알비온 온라인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좀 덜하다. 인플레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내 재화인 실버가 마냥 쏟아지고 쌓이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돈 모으는 재미가 나름 있다. 저레벨 재료도 계속 쓸모가 있고 생산도 계속되고 실버도 계속 써야되는 등 경제가 어느 정도 맞물려 돌아가다 보니 채집을 하나 하더라도, 실버를 하나 줍더라도 즐겁고 든든하다. 든든한 이유는 앞서 말했다시피 죽으면 모든 장비를 잃기 때문에 은행에 실버 잔고가 두둑해야 장비를 갖추고 사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버로 캐시 재화인 골드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질이 급하지 않은 사람들은 느긋하게 실버를 모으는 재미가 더 배가된다. 캐시템과 프리미엄 서비스 모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자 하나 열 때마다 묘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장비를 다 잃어도 실버만 있으면.. 그리고 마음만 추스리면 다시 설 수 있다

속도는 느린 것 같은데 콘텐츠는 계속 추가된다

 

예에에전에 그만 둔 이후에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사실 지금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나같은 뉴비말고 다른 사람들 의견을 들어보니 콘텐츠 추가 속도에 대한 불만은 어느정도 있는 듯하다. 그래도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는 보장되는 것 같다.

 

일단은 다른 게임처럼 콘텐츠가 하나 추가됐다고 해서 다른 콘텐츠가 완전히 사장되지 않는다. 레벨 시스템이 아닌 숙련도 시스템이기 때문에 누구는 저레벨 A던전만 파고 누구는 고레벨 Z던전만 가는 식으로 유저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뉴비부터 고인물까지 다 같은 공간에서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콘텐츠의 추가로 인해 다른 콘텐츠가 잠식되는 일없이 게임의 볼륨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섬에서 농사도 지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콘텐츠가 누적되어 뉴비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어 게임이 지루할 새가 없었다. 블랙존의 다구리에 지쳤다면 미스트라는 콘텐츠에서 1:1 싸움을 노려봐도 되고 오염된 던전에서 재밌는 기믹을 활용해서 싸워봐도 되고 길드에 들어가서 떼거지로 싸워도 되고 맵 곳곳에 퍼져있는 오브젝트를 노리면서 개싸움을 펼쳐봐도 된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콘텐츠가 결국 다 PVP에 귀결된다는 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음편히 PVE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알비온 온라인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내 경우에는 다른 플레이어를 한 번 정도밖에 죽여보지 못했고 언제나 도망만 다니는 입장이지만 도망다니는 것 자체가 콘텐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밌었다.

블랙존에서 안전하게 찰칵(투명상태다), 새로 추가된 추적이라는 콘텐츠.(뭔지 모름)

길드가 딱히 필수는 아니라서 더 좋다

 

알비온 온라인의 모든 것을 즐겨보려면 길드를 들라고 하는데 딱히 필수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지금은 디씨의(역시 마이너한 게임은 언제나 디씨가 함께한다) 갤러리 길드에 가입했는데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재밌기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하는 일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PVP가 대규모 PVP로 변하는 것 뿐이다. 함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인 사람은 길드에 가입하면 만족도가 높겠지만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이 마음편한 사람은 굳이 길드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묵묵히 숙련도를 쌓고 기술을 갈고 닦아 나같은 밥들을 죽이고 재화를 긁어모으면 되는 것이다.

 

한두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심장을 부여잡고 쫄깃하게 해보고 싶은 사람은 알비온 온라인, 강추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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