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이니까 그래도 3.0패치에서 완성될 줄

3에다가 석삼이니까 3.0패치에서 게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던 내가 바보다. 두근 거리는 심장을 차갑게 식힐 틈도 없이 실망만을 안겨줬다. 물론 그래도 단기 캠페인 승리는 몇번하고 껐다. 

워해머3가 출시된지 1년하고도 3개월 만에 업데이트 로드맵과 3.1패치가 공개됐다. 1년동안 내 딴에는 정말로 열심히 워해머3를 재밌게 즐겼지만 역설적으로 이녀석 때문에 게임에 대한 현타가 왔었다.

 

넘실대는 버그, 드라군 니조랄이 판치는 짜증나는 전투, 겉멋만 든 전투 맵, 널뛰는 파워 상성!!, 로딩반 렉반 게임 플레이~ 등등등등등동동동동동등등등동등동등등  못 이기는 척 게임을 켰다가 이내 열받아서 꺼버리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리뷰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플레이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나아졌다. 3.1패치로 게임이 완성됐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희망만 주어진다면 묵묵히 순응하고 주어진 삶을 사는 브레토니아의 농노처럼 3.1패치와 로드맵 공개로 인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가 완성됐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웬만한 버그나 답답한 상황도 웃어넘기지는 못해도 '좋아 좋아' 중얼거리면서 넘길 수 있게 단련되었다.

 

3.1패치를 하니 그래도 도전해볼 수 있었다.

할인을 맞이해서 카오스의 투사들 DLC도 구매할 정도로 재미있

워해머3로 넘어오면서 종족이 대량 추가되었다. 기존에 힘깨나 쓰던 종족들이 쭈구리가 되는가 하면 갑자기 여포가 되기도 한다. 보통은 신규 캐릭터가 출시되면 밀어주게 마련인데 CA는 그런 운영의 정석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워해머3의 간판 주인공이 누구인가. 카오스 악마다.

 

"크크큭, 그녀석은 우리 4대악마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ㅋ"

흑막으로만 나오던 젠취, 슬라네쉬, 너글, 코른 4대 카오스 악마 세력이 전면에 등장한 이상 엄청난 면모를 보여줘야 했건만 컨셉이 과해서 자기 컨셉 외 부분에서는 나사가 빠지는 바람에 자기 컨셉을 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정도의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오히려 하수인격인 카오스 추종자 세력이 카오스 악마의 힘을 빌어 훨씬 더 강해졌다.

 

좋아, 좋아. 카오스의 투사들 DLC를 사면 4대 카오스 악마 세력도 추종자 세력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문제없다. 강해지고 싶으면 돈을 질러야 하는 운영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는 것 같다. 혼란하다.

 

 

신규 종족의 엄청난 파워와 흥미로운 플레이 방식에 한동안 푹 빠져있다 보니 기존 세력, 특히 나를 워해머 세계에 안착시켜준 킹탄킹 리자드맨을 샌드백으로만 활용했다. 워해머2 끝물 정도에 추가된 옥시오틀 정도나 한 번 플레이 해봤지 크록가르는 아예 잊혀졌다. 

 

너무 강한 스닉치...쥐 맞나

크롱크롱

냉혈한 리자드맨도 울 수 있다. 특별히 엄청 약해진 것도 아니지만 왠지 좀 구려졌다. 특히 우리 크롱가르는 너무 구식이 됐다. 스킬트리만 봐도 요즘 나오는 종족에 대한 사항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직관적이거나 보상이 확실한 플레이 방식이 자리잡은 신규 종족에 비하면 전투와 내정의 운영이 애매하다. 기간병이라고 하기에는 종류가 너무 많은 스킹크 친구들, 2티어 보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게 나오는 데다가 이제는 다른 굇수들에게 밀려 빠따힘을 잃어버린 사우루스 친구들.  큰 거 한 방이라고 하기에는 따지는게 많은 괴수 친구들. 너무 많은 컨셉 때문에 건물도 이것저것 지맥망도 여기저기 온갖 쑈를 다 해야 비로소 빛줄기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뽕이 잘 차오르지 않고 그 타이밍이 너무 늘어진다. 그래도 드레드 사우리안을 뽑았을 때는 뽕이 차오른다. 이래야 괴수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항상 단기 캠페인 승리만 하고 새 지구를 팠는데 리자드맨은 달랐다. 초반에 너무 힘들고 늘어졌던 기억 때문에라도 이대로 게임을 끄기에는 허무했다. 단기 캠페인 승리를 이루고 나니 궁극적 캠페인 승리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기도 해서 최초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왕귀까지의 과정이 지루하고 늦어서 그렇지 일단 왕귀하고 나니 다 박살이다. 내가 알던 리자드맨인 것 같기도 하다. 적군주건 영웅이건 쏙쏙 골라 빼먹는 괴수, 보병들을 휩쓰는 괴수, 수천마리의 쥐돌이들을 땅에 묻어주는 크로악. 뽕이 차오른다. 원래는 이 시점에 모든 게임이 끝나있겠지만 리자드맨에게는 아직 이르다. 문명6에 왜 아.. 아직.. 한턴만 더.. 라는 선택지가 있는지 알겠다.

 

전쟁만 주구장창 하는 게임이다 보니 신규 종족이 늘어나 상대 조합이 다양해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장점이다. 워해머3가 워해머2에 비해 훨씬 재밌는 게임인 이유다. 그래 그걸로 된거야.

 

혹시나 할인 기간에 워해머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고민할 것 없이 무조건 워해머3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그다음에 자기가 끌리는 DLC를 사면 된다.

공인중개사 젠취 카이로스로 인한 알박기 폐해
날아가버린 장기캠페인 승리의 꿈

내친 김에 멀티도 입문

일단 접속부터 어려웠다. 멀티 플레이 방이 죄다 버전이 안맞는다고 하고 매치 메이킹을 20분 돌려도 상대가 안잡힌다. 모드 때문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CA 자체 게임 런쳐가 실행되는데 여기에서 모든 모드를 비활성화 해야 한다. 친구랑 할때는 모드 종류와 순서를 맞추면 모드를 사용해도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방에서라면 아무런 모드를 활성화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아까의 뽕도 차올랐겠다 리자드맨을 뽑아들었다. 상대는 브레토니아. 내 상식이 무너진다. 내가 본 적은 없지만 당연히 공룡하고 말하고 싸우면 공룡이 이기는 것 아닌가. 공탄공 아니 킹탄킹이 말탄개한테  지다니 말이 안된다.  글을 쓰다보니 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재미있다. 항상 바보AI랑 붙다가 사람이 구성하고 사람이 조작하는 병력을 만나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등급전 매치메이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딱히 따로 무슨 등급을 두고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려했던 것 보다는 고인물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았다. 3판 정도 돌리면 1판 정도 손도 못써볼만한 판이 나오는 정도였다. 

 

상대와 하나의 전투만 치루는 멀티도 있지만 캠페인을 같이 플레이하는 멀티캠도 있다. 문명6처럼 동시턴이라서 생각보다 기다리거나 하는 시간은 적다. 또한 상대가 수동 전투를 벌이면 내가 AI나 상대 팀 병력의 통제권을 일부 받아서 함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2판 정도 플레이해보니 판도상 불멸의 제국은 너무 커서 서로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별도의 멀티플레이 캠페인을 즐기는 것이 낫겠다. 상호작용이 제한적이다보니 모르는 사람과는 경쟁구도로 플레이하기 보다는 협력해서 컴까기를 하는게 더 즐거웠다. 하지만 역시 혼자서 해도 꽤나 무겁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게임인데 멀티로 하려니 진행이 느려지고 조금 지루한 구간이 있는 것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한다.

 

니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CA

난잡한 글, 큰 그림이 빠진 내용, 답답한 마음. 그렇다 이것이 CA식 글쓰기 방식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쓰다가 쉬다가 다시 와서 몇자 쓰다가 금방 또 다른 것으로 넘어가버려서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어쩌면 이 글도 버전 4.0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한줄 요약 : 어제 실컷 했는데 글쓰다보니 또 하고 싶다. 너글 챔피언을 플레이 해봐야겠다. 파라오는 안 살거다.

 

 

2021.02.05 - 왜 다들 DLC까지 사는지 알겠다(토탈워 워해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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