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화면 만큼이나 화끈한 것을 기대했다


제값을 주고 샀다


기대가 매우 컸기에 출시와 동시에 바로 질렀다. 보통 스팀 세일을 노려 게임을 구매하는 나로서는 제값을 주고 산 타이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대치만큼 평가하는 잣대도 까다로워진다.


출발~


단점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을까


에이지오브원더스3를 플레이 하면서 내정과 외교부분이 단점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겉모양은 4x지만 문명보다는 히마메에 더 가까운 전투에 중심을 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문명시리즈를 재밌게 즐겨왔었기 때문에 오히려 무슨 문명을 성역인 것 마냥 절대 기준으로 두고 AOW를 까는 글에 대해서는 크게 가치를 두지 않았다. 

캠페인모드에서도 커맨더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보통 그들이 말하는 문명5도 골수팬들한테는 처음에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는 사실을 되짚어보면 사람마다 게임에 기대하는 점이 다 달라서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긴 호흡을 가지고 말그대로 제국을 '운영'하는 게임인 문명에 지쳐있던 터라 전투위주의 AOW는 신선하게 느껴졌고 간단한 내정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왔다. 전작보다 전투가 업그레이드 된 플래닛폴에 대한 나의 기대는 엄청났다.

도시간 식량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단점이 극대화되어 기존의 장점이 심지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비해 오히려 퇴색되었다. 원래는 대수롭지 않았던 단점같은 장점이 어설픈 시도 때문에 이제는 신경을 긁는다.


내정과 외교를 보강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깔끔하지 못해서 게임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전투에 집중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을 괴롭힌다.


여전히 빈약한 내정


테크트리를 펼쳐보자. 익숙한 문명식의 테크'트리'가 펼쳐진다. 전작인 AOW3에서는 연구할 기술들이 마법책에 랜덤하게 떴는데 플래닛폴에서부터는 문명처럼 순서대로 기술을 연구하게 되어있다. 아래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트리끼리는 연결되지 않는다.


테크트리가 가지처럼 이곳 저곳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트리별로 일직선이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내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의 마음을 끌기에는 턱없이 단순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또 읽을 것은 굉장히 많다. 전투기술 연구는 결과적으로 트리간 큰 차이는 없어보이지만 일단 나뉘어져있고, 사회제도기술 연구는 아예 다른 카테고리에 있어 또 하나의 테크트리들을 가지고 있다.

화끈한 전투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을 괴롭히기에 충분한 복잡함이다. 


도시를 펼쳐본다. 아이고 머리야. 엔들리스 레전드처럼 섹터별로 정해진 구역이 있고 거기에 식민지를 세우거나 합병을 해서 섹터를 자신의 제국에 포함시킬 수 있다.

섹터마다 고유한 영역이 정해져있다.


(여기서부터는 안읽어도 됨) 엔들리스레전드와는 다르게 각 섹터별로 정해진 산출량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지역특성이 있고 되도록이면 그 특성에 맞춰서 산출지구(공업, 에너지, 식량, 연구 중 택1) 짓고 해당하는 특성의 사회기술연구를 해서 산출지구의 레벨을 올려서 시민을 배치할 수 있는 슬롯과 산출량과 슬롯당 추가산출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특수건물이 있어 보통 지형에서는 지을 수 없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건물 지을 수 있고 사회기술을 연구함에 따라 단순히 산출량뿐만 아니라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끝)



복잡한 것과 깊이가 있는 것은 다르다. 플래닛폴의 도시내정은 전작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AOW3에서는 솔직히 마을당 망치가 몇 개 나오는지 식량건물을 얼마나 지었는지 관심이 없었다. 망치가 모자라면 병력하나 뽑는 데 10턴도 넘게 걸리는 여느 4x게임과는 달리 AOW3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내가 원하는 병력을 3~5턴이면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쓰는 시간은 줄이고 병력을 죽죽 뽑아내어 전투를 맛볼 수 있었다. 플래닛폴에서는 산출개념이 보다 강화되어 내가 어떤 산출지구를 짓고 어떤 건물을 뽑고 시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내가 원하는 병력을 3턴만에 뽑을 수 있을지 5턴만에 뽑게 될 지 결정된다.


감기는 가만히 두면 낫는 데 7일이 걸리고 감기약을 먹으면 일주일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감기약이 아무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좋은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한들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효과는 없이 괜히 잠만 불러올 뿐이다. 


내가 내정에 들인 노력만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는 폭이 매우 좁다. 그래서 뭔가 내정이 귀찮게 다가온다. 어차피 이렇게하나 저렇게하나 비슷한데 마치 RPG에서 의미없는 대화분기가 연속으로 나와 재미있는 전투를 가로막는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진다. 


인터페이스도 아직은…


인터페이스는 전작에 비해 덜 직관적이다.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1.003v 1.004v 패치가 연달아 올라오길래 금방이라도 뭔가 패치가 이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덜팔려서 그런건지 패치가 늦어지고 있다. 모드도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 금방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임 내 백과사전

모드로 유닛을 업그레이드 하고 템플릿을 통해 해당 모드를 장착한 유닛을 생산할 수 있다.


유닛모드 템플릿 관리창, 섹터 특징 확인, 전투맵 시안성, 오브젝트 설명 확인 등 게임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흥미로 연결해주는 디테일한 인터페이스 구축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귀찮고 마뜩찮았던 부분은 상태이상에 대한 부분이다. 전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태이상에 대한 설명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다. 어떤 상태이상에 대한 설명은 바로 팝업창에 뜨는 반면 어떤 상태이상은 설명이 달려있지 않아서 일일히 백과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이 공격은 impact를 줍니다. Impact는 stagger상태이상을 줍니다. Stagger는 상대의 행동포인트 하나를 없애고 방어 모드나 오버워치 모드를 해제 시킵니다.' 라고 stagger에 대한 설명을 달아두는 반면 '이 공격은 panic 상태이상을 줍니다.' 는 식으로 panic에 대한 설명을 따로 찾아봐야 한다. 패닉이 정확히 어떤 상태이상이고 몇턴이나 지속되고 저항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바로바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가뜩이나 상태이상 종류도 많은데 외우기까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실컷 게임 탓을 했지만 결국 돈이 없는 내 탓이다. 꼴에 제값 주고 한번 샀다고 기대치를 양껏 높인 대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장점에 대해서도 쓰려고 했지만 단점에 신경쓰다보니 거기까지 힘이 닿지 않는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 아니었을까. 단점에 너무 용쓰다보니 단점이 발목을 붙잡고 놔주질 않는 것이다. 

전투는 여전히 재밌다.


해상전도 있다.

새로 생긴 방향 회전 기능


단점아닌 단점따위는 내버려두고 트레일러 영상에서처럼 '레이저 달린 공룡!!' '우주의 아마존 여전사!!!' 이런식으로 병맛아닌 병맛과 엑스컴스러운 전투에 더 집중했더라면 더 많은 이목을 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LC보다는 패치로 해결되길 바랄 뿐


뜬금포일지 모르겠지만 AOW시리즈의 비교대상인 엔들리스레전드, 문명시리즈, 히마메3보다는 AOW시리즈 쪽이 더 내 취향이다.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엔들리스레전드는 반자동 전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명시리즈는 가끔 게임이 늘어질 때가 있다. 히마메3는 여러 영웅을 육성하는 재미가 적다.(몰아주기를 잘해야함)


만약 3만원 정도로 세일을 한다면 생각없이 질러도 크게 만족할 것이다. 2019년에는 일단 보류하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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