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에서 옹기종기 모험을 떠나자



닥터페퍼 증후군


닥터페퍼는 맛있다. 체리맛도 나고 좋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선호를 내세우고 왠지 그런 걸로 잘난 척하는 부류를 일컫는 말이라고 알고 있다. 여태까지 내 게임취향이 상당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았다. 닥터페퍼를 즐겨 마시고 있었다. 


남들이 바람의 나라 할 때 나는 울티마온라인을 했고, 리니지를 할 때 가디우스를 했다. 롤을 할 때는 시공에서 허우적거렸다. 스타크래프트 할 때 쥬라기원시전이나 삼국지 천명을 즐겼다.


알비온 온라인도 그런 종류다. 울티마 온라인이랑 비슷하다. 그것도 초창기 울티마 온라인 냄새가 물씬 난다. 내가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혹시 위에서 언급한 게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면 굳이 이 글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굳이 시간낭비를 하는 사람을 위해 한마디. 핑이 엘더스크롤온라인과 마찬가지로 200대를 넘나든다.

(포스팅 당시와 달리 2020년 오랜만에 접속해보니 한글화가 되어 있었다.)




노가다-PVP-노가다-PVP 순환의 반복, 반복의 순환


앞서 시간낭비를 걱정했지만 이 게임에 대해 다룰 것은 많지 않다. 나도 오랜 시간동안 게임을 한 것은 아니라 디테일까지 다루지 못하지만 게임의 주 콘텐츠는 아이템 파밍을 가장한 PVP다. 


아이템 파밍이 메인 콘텐츠가 아닌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템으로 강해질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괴랄한 옵션이 덕지덕지 붙거나 무한정 파워인플레가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라 끝이 정해져 있다. 


장비 아이템은 8개의 티어로 나뉘고 각 티어별로 파워(게임 내 강력함의 척도)와 스킬이 다른 여러 종류의 아이템이 있다. 초보자용인 1티어와 8티어의 파워 차이는 당연히 상당하지만 게임을 몇시간만해도 낄 수 있는 4~5티어와 8티어 간 파워 차이는 다른 게임에 비하면 크지 않다. 

5.1 티어 헬멧, 왼쪽 하단 업그레이드, 왼쪽 상단 티어, 설명 중앙 스킬,


티어 내에서 3번까지 업그레이드 하는 시스템도 있지만 여전히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무기는 4.1, 4.2처럼(4티어 2단계 업그레이드)소수점 티어로 표기한다.


엘더스크롤온라인과 마찬가지로 1:1이 안되면 2:1, 3:1로 싸우면 된다. 요즘 대세인 많은 게임에서는 장비나 레벨차이가 나면 솔직히 100:1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이정도면 파워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파밍은 즐겁다.


템빨이 그렇게 크지 않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템에 붙은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 그리고 자신의 손이다. 그런데 노가다는 왜 필요한 것일까.

숙련도가 일정수준에 이르면 러닝포인트를 써서 빨리 숙련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일단 이 게임은 레벨이 아닌 숙련도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채집, 제작, 무기, 방어구, 마법, 이동수단 모두 숙련도를 통해 성장시킨다. 여기에도 특유의 시스템(learning point )을 통해 성장을 좀 더 빨리 앞당길 수 있는 요소는 있어도 시간을 들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숙련도 말고도 죽음에 대한 가혹한 패널티가 이 게임의 노가다를 부른다. 이 게임에서는 안전지대 외 모든 지역에서 만약 죽게 되면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과 소지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떨구며 다른 사람이 집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최고의 장비를 갖췄다고 해도 아이템 파밍을 멈출 수 없다. 말이 장비 아이템이지 죽으면 모두 잃기 때문에 소모품이나 다름없다. 경매장에서 다시 아이템을 사든, 스스로 제작을 다시 하든 필드에 나가 재화를 긁어모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행히 나의 캐릭터 자체가 약해지는 일은 없기 때문에 노가다만 좀 하고나면 다시 강력한 장비로 무장한 캐릭터로 플레이 할 수 있다.

1티어부터 차근차근


그렇게 강력해진 캐릭터로 할 수 있는 일은 PVP다. 길드전, 세력전, 떼쟁, 갱킹 종류는 여러가지겠지만 결국 PVP다. 거기서 장비를 잃을 수도, 전리품을 챙길 수도 있다. 다시 돌아오게 된다. 



전투는 재밌는 편


아주 다행스럽게도 전투는 재밌는 편이라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필드에서의 PVP는 주로 학살을 많이 당해서 재미보다는 떨림을 느꼈지만 안전한 아레나에서는 짜릿함을 느꼈다. 템포가 좀 더 느린 롤이 떠오르는 전투다. 장판, 투사체, 군중제어, 힐 같은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내 장비의 강점으로 상대 장비의 약점을 잘 공략한다면 파워가 낮아도 이길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있다. 


붙어보기도 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나는 여타 게임과는 다르다.

게임 내 효과도 나쁘지 않다.



너무나도 명확한 단점


핑이 높다. PVP가 메인콘텐츠인 게임에는 너무 치명적이다. 위안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서버가 어디에 있는건지는 몰라도 외국플레이어들도 100은 넘는다. 

사람은 꽤 많다.


핑이 200대를 왔다갔다하는데 엘더스크롤온라인과 마찬가지로 무슨 수를 써도 별 방법이 없다. 200대는 감수해야 한다. PVE에서는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PVP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사람이 필요하다. 이 게임에서는 신뢰할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PVP건 PVE건 협동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대부분은 간편한 협동을 위해 파티시스템이 있다. 알비온 온라인도 마찬가지로 파티플레이가 있지만 불안하다. 같이 필드로 나갔는데 배신을 당해 털리는 경우가 꽤 있다. 길드 활동이나 친구와 플레이가 강제된다고 볼 수 있다. 


혼자서는 플레이하기 굉장히 어렵고 재미를 다 느끼기도 어려운 게임이다.




다음에는 보다 일반적인 게임으로 찾아올 것을 다짐하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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