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기어드 옹


본 리뷰는 할인가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위쳐3 오리지널 할인할 때 샀다. 확장팩은 구매하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했다. ee를 깔고 1회차 엔딩을 완료. 2회차 진행중 확장팩 단돈 10,000원을 발견했다. 모드 충돌도 찜찜하고해서 확장팩 두개 설치하고 ee도 다시 깔고 처음부터 시작했다.

ee의 연금술



왼쪽 쉬프트 키가 고장났다.


ee모드 덕분에 다시 진행하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능숙해진 껀트롤로 예전에는 고생했던 구간을 수월하게 돌파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내가 성장했던가.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보람을 느끼면 참 좋을텐데. 캡스락(중거리 공격)은 아직 무사한데 쉬프트(장거리 공격)는 달리기 키하고 함께 써서 그런가 키가 고장남과 동시에 하츠오브스톤(이하 돌심장)에 진입했다.


오바는 하지 않는다.


확장팩 같지 않은 확장팩, 본작을 뛰어넘은 확장팩 이런 얘기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모처럼 만난 확장팩 다운 확장팩이다. 본작에서 채워주지 못한 재미를 충족시켜주고 플레이 볼륨을 확장시킨다.


소소한 장점부터 시작하겠다. 애초에 ee모드는 확장팩까지 깔려있는 것을 전제로 제작된 모드다. 오리지널만 깔려있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애니메이션, 아이템 구현, 모델링 등) 확장팩 설치와 함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몹시 쾌적했다.

이야기의 시작

샤니와의 재회


첫 시작퀘스트는 으레 그렇듯 어딘가 가서 적당한 대화를 나누고 다음 퀘스트 진행을 위해 의뢰를 받는다. 전작의 히로인을 한번 만나주고 보스몹을 잡아주면 본격적인 시작이다. '형이 거기서 왜나와' 싶은 녀석을 만나게 되고 아주 매력적인 소재인 '소원'과 함께 본게임이 시작된다.


GTA? 로맨틱 코미디? 어드벤쳐?


본작의 천편일률적인 플레이스타일을 벗어난 스토리 전개와 퀘스트 진행 스타일이 돋보였다. 저번 리뷰에서 다뤘던 것처럼 위쳐는 대부분, 거의 모든 퀘스트가 A-B-C구조로 흘러가서 중후반부터는 좀 물리는 경향이 있다. 돌심장의 경우도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도 각각의 퀘스트 분위기가 달라서 새로운 맛을 준다.

경매도 참석해볼 수 있다


첫번째 퀘스트는 도둑질이다. GTA같다는 생각이 들았다. 함께할 조직원(?)을 구해야 한다. 또 퀘스트다. A라는 목적을 위해 B를 먼저해야하는 위쳐다운 아주 전형적인 전개이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각 구성원을 소개하는 컷신을 보면서 참 확장팩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의 재구성


두번째 퀘스트는 데이트다. 전작의 히로인과 친구 결혼식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떤 이유로 게롤트는 더이상 게롤트가 아니라 다른 영혼이 들어와있다. 기존의 캐릭터성은 지키면서도 다른 영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미연시를 즐기는 기분이다. 웃기는 장면, 설레는 장면, 얼굴 붉어지는 장면도 있다.

샤니와의 즐거운 한때

더 즐거울 한 때


세번째 퀘스트는 악령 성불 내지는 퇴치다. 원래 위쳐랑 같나? 오리지널과 전개는 거의 비슷하지만 돌심장에서는 전투보다는 기억을 재구성하고 스토리를 추적하는 과정의 비중이 더 크다. 단순히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유품을 어딘가에다가 묻거나 불태우고 악령을 불러낸 다음에 은검으로 강하게 후려치는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 이런 사태가 어떻게, 왜 벌어졌는지 따라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으스스하다


선택에 따른 분기가 있지만 대망의 마지막도 단순히 때려패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를 푸는 형식이라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 성향상 딱히 의리를 지킬 필요도 없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강력한 존재에게 도전하지 않을 것 같은데 게임 내 보상이 나를 그 방향으로 몰아간다. 인간적으로 보상으로 주는 아이템이 너무 멋지고 강력하다. 보상때문에 선택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양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인데 나라면 굳이 목숨을 거는 선택은 안할 것 같다. 처음에는 뒤도 안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선택지를 골랐는데 나중에 다른 분기의 보상과 퀘스트를 보고나서 마지막 부분만 다시 플레이 해보았다.


오해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쪽 분기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돌심장 주요인물의 어떤 면을 더 집중해서 보느냐에 따라 선택은 얼마든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보상으로만 플레이어를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경우에는 그런 선택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쪽 선택에 대한 보상도 어느정도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툴툴거림일 뿐이다.


전투전투전투


보스전이 많이 추가됐다. 돌심장 첫 퀘스트 시작부터 거대 두꺼비를 상대해야한다. 뻑하면 뭔가 일반몹과는 다른 느낌을 내는 강력한 존재가 나온다. 맨날 공룡처럼 생긴 녀석을 길가다 잡거나 의뢰로 악령이나 패줬는데 돌심장에 들어서서 새로운 유형의 강력한 몹과 전투를 하니까 죽기도 많이 죽었지만 이것저것 해보는 맛이 있었다.

못봤던 놈이다


대신 새롭게 추가된 일반 몹은 그렇게 까지 신선하지는 않았다. 플레이밍로즈 기사단은 인간형 몹에게 갑옷이나 방패만 보강한 형태라 더 까다롭기는 했지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멧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거미도 뭐 너무 무난했다.


돈돈돈


돈버는맛이 좋다.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인 주문부여가 돈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처음에는 오천골드지만 나중에는 만골드 또 만오천골드가 필요하다. 내가 제작도구를 구해다 주는 방법도 없다. 얄짤없이 캐시다.

기존 소켓을 제거하고 주문을 부여할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해금한 콘텐츠인 주문부여는 맨날 그나물에 그밥이던 아이템에 새로운 재미를 더해준다. 강력함도 강력함이지만 오리지널의 룬스톤과는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을 위해 돼지를 몬 경험을 살려서

샤니 앞에서 칭찬도 받아보자(데이트는 게롤트 처럼)


그런데 돈이 필요하다. 위쳐의뢰부터 잡템모아팔기까지 노가다를 해야할 이유가 생겼다. 기존 사이드퀘스트에 만족을 못했던 사람도 돈을 번다는 명확한 목표가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어도 훨씬 몰입도가 높아진다. 마을 공지 게시판 같은 것은 웬만하면 스킵했었는데 주문부여 한 번 해보겠다고 온 마을을 뒤져가며 돈을 벌었다. 주황색 미만 잡이라는 신념으로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도 돌보듯 해왔지만 돌심장을 설치하고나서는 '땅을 파봐라 5골드가 나오냐'며 흰템도 줍기 바빴다. 덕분에 아이템 셔틀인 로취가 고생을 좀 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아닌 나라면 어땠을까


돌심장은 소원이라는 매력적이고 친근한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소재에 으레 따라오는 식상한 이야기 구조에서 탈피함으로써 신선함도 함께 취했다.


소원과 관련된 이야기는 보통 괴로움 - 유혹 - 소원 - 쾌락(행복) - 위기 - 극복이라는 구조로 이뤄진다. 어리석은 소원을 비는 자에 대한 고구마 답답함, 그 답답함을 해소해주기라도 할것처럼 즐거운 소원이 이뤄진 후의 모습, 위기가 닥치고 '나라면 저렇게 안했을텐데' 하는 힐난,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난 후의 교훈, 일상의 행복 등등이 이런 류 이야기의 일반적인 재미다.


돌심장은 이미 소원이 이뤄지고 난 다음 상황이다. 위기 내지는 갈등상황에서부터 우리 게롤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게다가 게롤트는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대리인이자 관찰자로서 시키는일만 하면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덕분에 소원이 이뤄졌을 때의 기쁨과 주요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걷어낼 수 있어서 오히려 제3자로서, 게롤트로서 다른 캐릭터에 대해 더 잘 공감할 수 있었다.


게롤트의 역할과 포지션도 흥미롭다. 대리를 의뢰한 존재보다는 아무래도 돌심장의 메인 캐릭터이자 상대역인 올기어드에게 미운정이건 고운정이건 더 정이 간다. 그렇지만 게롤트는 본인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올기어드에게 반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스토리를 이어갈수록 자연스럽게 대리를 맡긴 쪽은 점점 더 으스스해지고 올기어드에게는 공감이 가면서 무게추가 기운다. 하지만 얼마큼 기울지는 플레이어마다 다를 수 있도록 미묘하게 설정해둬서 플레이어에게 스토리상 선택의 여지를 남겨뒀다.(물론 앞서 말했다시피 보상으로는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으면 배가 아프다


악당(?)도 잘 구현되었다. 덕분에 스토리 전개가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이 있다. 너무 절대적인 존재도 아니면서 뭔가 어떻게 해보기엔 또 너무 강력한 존재라는 적정선내에 잘 위치시켰다. 매우 강력한 존재와 대립하는 주인공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강력한 존재가 초중반까지는 압도적인 강력함과 공포를 선보이다가 후반부에는 갑자기 반전이랍시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던 작위적인 설정에 의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다행히 돌심장에서는 복선이 충실해서 뜬금포가 터지는 일이 없고 이야기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확장팩이 있었던가


플레이타임은 30시간쯤이었다. 돈을 안 모은다고 쳤으면 더 짧았겠지만 돈벌기도 엄연한 이 확장팩의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에 포함시켰다. 이정도 만족도를 주는 확장팩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이후로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맨날 보던 얼굴이 아니라 신선하다


게롤트도 그렇고 올기어드도 그렇고 impossible을 I'm possible로 만드는 그 정신이 과연 마냥 좋은 건가 싶은 의문과 생각이 들어서 매우 게으른 나에겐 개인적으로 아주 큰 위안을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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