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싫어하는 사람 있나?


온라인 과금의 꽃은 스킨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고 모두가 이득을 보는 과금 모델이다. 개발사는 밸붕 캐시템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밸붕 캐시템이 적을수록 진입장벽이 낮아져 초심자에게 좋다. 초심자가 많을수록 고인물도 뽐낼 곳이 많아져서 행복하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추구다. 요즘 트렌드에서는 화들짝 놀랄 만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캐시템을 내놓는 제작사를 향해 손가락질 한다. 게이머의 즐거움을 위해 애써야 할 기업이 어째서 게이머의 지갑을 털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캐시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캐시템은 원론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부류와는 이유가 다르다. 기업의 메인퀘는 '게이머 지갑털기'이고 사이드퀘 내지는 진행루트 분기가 '게이머에게 즐거움 주기'다. 메인퀘를 달성하기 위해 굳이 게이머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아도 '추억 팔기' 라든가 '통수 치기' 루트를 따라도 된다. 물론 성공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캐시템은 배드엔딩으로 가는 루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반대한다.


고인물, 뉴비, 기업 모두 윈윈이다.


캐시템의 미래를 묻거든 리니지를 보라라는 말을 들은 것만 같다. 해피엔ㄷing이다. 시리즈의 매출액은 쾌속질주 중이다. 현질이 현질을 부른다, 이용자층이 린저씨다라는 둥 굳이 리니지의 성공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빠가 까를 만든다고, 어떤 게임이 리니지 모델을 따르지 않고 '착한' 과금을 하다 망했다는 식의 분석을 보고 있자면 기가 찬다. 캐시템이 리니지를 성공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리니지가 캐시템을 선택한 것 뿐이다. 그 게임도 '착한 과금'을 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그 게임이 '착한 과금'을 한 것 뿐이다. 롤의 어마어마한 성공도 좀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근데 히오스는?)


캐시템은 생각한 것보다 난이도가 높다. 게임사가 돈을 많이 벌고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바라는 입장에서 나는 캐시템보다는 스킨 쪽을 더 선호한다. 스킨은 캐시템보다 거부감도 적고 강점도 있다.


일단 여러 장 팔아먹기 좋다. 기업의 벌이에 좋다. 옷 한 장 있다고 단벌신사로 남는 사람은 없다. 하나 사면 두개 가지고 싶다. 기능이 충족되면 더 이상 구매할 필요가 없는 캐시템과는 다르다. 스킨은 금세 또 사고 싶어진다. 그렇게 롤에 쏟아 부은 돈만 수십만원이다.


게임 밸런스를 지키기 좋다. 왠지 강해진 듯한 기분과는 별개로 스킨은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똥겜은 스킨에 따라 공속이 미세하게 차이가 발생한다는 오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극히 예외다. 아무리 멋지게 만들고 아무리 쩔게 만들어도 밸런스는 붕괴되지 않는다. 고인물과 뉴비의 격차가 벌어질 일도 없다.


뽐내기 좋다.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자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나보다 강한 놈, 돈 많은 놈은 왠지 열받는다. 그런데 나보다 멋진 놈은 왠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캐시템을 갈아 넣어 강해진 녀석을 보면 왠지 손가락 열개가 아쉬워 마디마디마다 옥가락지 금가락지를 끼운 졸부가 생각난다. 스킨은 그냥 멋지다. 뽐내는 쪽도 받아들이는 쪽도 거부감이 없다.


그런데… 


개똥같은 스킨이 너무 많다. 주저리 길게 써놨지만 바라는 것은 하나다. 내가 이렇게 스킨 좋아하니까 개똥같은 스킨 좀 그만 만들어라. 더 이상 색칠놀이 장난 같은 스킨 따위 보고 싶지 않다. 패치 수준, 버그픽스 수준 정도의 콘텐츠를 DLC인척하면서 돈 받고 파는 거랑 다를 것이 없다. 그런 곳에 돈 쓸 사람은 많지 않다. 거부감이 커져간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도 좋지 않다. 믓진 스킨을 좀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고인물한테 너무 탈탈 털려서 더 이상 이 스킨 입고는 게임 못하겠어. 좋은 스킨을 좀 만들어 주면 보상으로 지갑을 털어 주겠네.' 퀘스트 목표 : 쩌는 스킨 만들기 (0벌 / 5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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