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부터 위쳐3 인핸스드 에디션을 플레이 하랴, 최근에 대규모 패치를 실시한 에이지오브원더스 플래닛폴 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포스팅이 굉장히 뜸했다. 게임에 빠져드는 만큼 overhaul이라는 영단어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고치는 모드와 패치는 성공적이었고 그만큼 내 주말도 즐거워진다.

 

그러던 차에 하던 게임을 옆으로 치우고 키보드를 부여잡고 울 일이 생겼다.

 

 

실망, 실망 또 실망 그리고 다시 실망

 

제목부터 티가 나겠지만 까고 싶어 쓰는 글이다. 보고도 믿을 수 없어서, 너무 큰 실망감에 밤잠을 설치고 쓴 글이라 억지와 비약과 뇌절이 넘쳐흐를 예정이다. 추후 게임 관련 정보를 다시 냉정하게 살펴보고 싸지른 글은 수정할 예정이다. 바닥에 쏟은 물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정보의 바다에 쏟은 물은 티가 안난다.

 

 

포가튼 렐름? 뭐임? 먹는 거임? 나는 발더스게이트를 원했다

 

아직 많은 부분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제작자 인터뷰를 보면 기존 발더스게이트와는 다른 스토리라고 한다.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발더스게이트라는 타이틀을 쓰는 거지? 

 

인터뷰는 계속 이어진다. 이번 발더스 게이트3는 포가튼 렐름 세계관(D&D세계관으로 이해하면 된다)에서 일어나는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진다. 

 

new entry, its own story 라거나 전작을 플레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등 기존 시리즈로부터의 탈피를 강조하는 내용이 반복된다. 

 

아마 나같은 팬을 위해서인지 기존 발더스게이트에서 보았던 친숙한 요소들이(예를 들어 플레이밍 피스트) 구현될 것이라고 하는데 크게 반갑지는 않은 소식이었다.

 

기존 발더스게이트도 포가튼 렐름 세계관에 포함된 것은 맞지만 그와 동시에 발더스게이트 라는 타이틀에는 별도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우리가 다 대한민국 사람이고, 지구에 살고, 인간이라는 종족 카테고리에 세계관 설정에 엮여있어도 서로 다른 나름의 인생스토리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사레복과 투닥거리고 이레니쿠스와 맞서며 성장했던 발더스게이트의 주인공, 동료, 스토리를 좋아했다. 세계관에 대한 선호도는 그 다음이다. 웬만큼 D&D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포가튼 렐름? 세계관? 설정? 별로 큰 관심없다. 발더스게이트조차도 마이너하다면 마이너한 취향인데 설정집 읽으면서 세계관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얼만큼 있을지도 의문이다. (BTS를 사랑하는 여러분 대한민국을 더 알기 위해 역사책을 펴보아요)

 

 

기존작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굳이 왜 발더스게이트라는 타이틀을 달아야했는지 의문이 든다.

 

 

배트맨 시리즈에는 배트맨이 나와야 된다고

 

스토리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인물 중심과 세계관 중심. 예를 들어 '범죄의 도시, 고담' 이라는 타이틀이 있다고 했을 때, 시리즈마다 주인공이 바뀐다고 해서 그걸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에 세계관이 같다고 해서 타이틀은 배트맨인데 시리즈마다 1편은 배트맨이 악당을 때려잡는 이야기, 2편은 고담 신출내기 검사의 처절한 법정스토리, 3편은 캣우먼이 평범한 직장인과 연애나 하는 러브스토리가 펼쳐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핵전쟁 이후 인간 군상 이야기를 다룬 웨이스트랜드, 폴아웃 시리즈의 주인공은 바뀌어도 되지만 우리 리비아의 게롤트가 아니라 게롤트의 리비아에 더 집중해서 리비아에 사는 어떤 사람 이야기로 위쳐4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외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물 중심의 타이틀이지만 세계관이 너무 매력적이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기존작의 팬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차라리 외전이나 디비니티오리지널신3로 나왔으면 내 반응은 정반대였을테지만 일단은 정식 넘버링이 붙는다. 

 

 

겉모습도 중요하다

 

게임은 종합콘텐츠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픽도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 공개된 영상만 봐서는 발더스게이트 같지 않다. 당연히 기술이 발전됐으니 옛 추억에 머무르고 있는 발더스게이트의 그래픽이 전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디비니티오리지널신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얼마나 최신의 기술을 잘 적용하는가 보다 중요한 것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가 더 중요하다. 의인화한 캐릭터를 사람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다가 불쾌함의 골짜기에 후드려 맞은 소닉, 의인화한 동물을 너무 동물처럼 만들었다가 캐릭터 같지 않다고 후드려 맞은 라이온 킹 모두 자기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헷갈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너무 디비니티오리지널신을 떠올린다. 내가 본 것은 그래픽 뿐인데 벌써 발더스게이트같지 않고 디비니티오리지널신 같아서 불쾌하다.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헷갈려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실망에 실망하고 싶다

 

일단은 실망하고 있지만서도 용과같이7의 흥행에서 희망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시리즈를 이어오며 꾸준히 키류에 대한 빌드업이 이뤄졌지만 '야쿠자'라는 세계관에 더 집중해서 주인공 교체는 물론 시스템 교체까지 매끄럽게 해냈다. 제작진의 엄청난 고민과 안배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게임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논란은 정면돌파를 통해 잠재울 수 있다. 키보드가 부서져라 비난과 매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게임만 잘 나와준다면 머쓱해지며 슬그머니 구매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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