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확장팩을 내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모드 수준 콘텐츠 추가하고 풀프라이스는 아니지


진짜 아니다. 그래서 할인할 때 샀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실망스럽다.  툭 까놓고 말해 도대체 확장팩으로 추가 된 것이 무엇인가. 자연재해 추가, 운하 도시, 전략자원 시스템 변경 정도다. 콘텐츠의 스케일 자체가 크지 않다. 그리고 디테일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기존 플레이와 다른 신선함을 주지도 못한다.


정작 즐거움을 느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의외로 패치가 꾸준히 잘 되고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랜만에 문명을 킨 것이다.


이러쿵 저러쿵 떠들 장점은 없다


샤브샤브를 가장 좋아한다. 좋아하는 고기와 채소를 넣고 끓이기 때문이다. 재료가 썩은 것이 아닌 이상 언제나 맛있다.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맛있는 이유도 별거 없이 단순하다. 고기와 채소, 그리고 소스가 맛있다.

오른쪽 하단의 시대점수가 딸리면 왠지 떨린다


문명시리즈의 장점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장점이 단순해서 막막하다는 의미다. 문명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플레이어가 문명의 지도자가 되어 나만의 문명을 운영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할 때 빠져들어 하게 되고 오랜만에 하면 더 재밌는 이유다. 

눈에 보이느니 단점이요 불편한점 지루한점 투성인데 할 때는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랜만에 키면 너무 재밌다. 그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보고 분석해보려고 해도 뭔가 딱 이거다 싶은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단순하다. 단지 문명이 문명했을 뿐. 새 확장팩까지 나왔으니 즐기고 맛봐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헤이그는 곧...


청경채 말고 알배기를 넣을껄


요리 자체 보다는 재료에 아쉬움이 커진다. 마트에서 채소팩을 사와서 넣어봤는데 딱히 맛이 없지는 않은데 이것 덕분에 샤브샤브가 더 맛있어졌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맛을 아예 망쳐버려야 욕이라도 할텐데 여전히 맛은 있다. 평가하기 참 애매하다.


이번 확장팩에 추가된 자연재해가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지 않다. 흥망성쇠의 시대점수, 충성심, 총독은 플레이어가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자연재해는 손해와 이익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흥망성쇠의 시대점수에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다. 랜덤성이 강하고 딱히 플레이어가 선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치수가 곧 제국 운영이라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자연재해 대응에 너무 힘을 쓰면 기본 내정이 어려워진다든지, 자연재해를 가만히 내버려뒀더니 시민들이 뒤엎는다든지 뭔가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흥망성쇠에서 암흑기에 있다가 영웅기로 갈 때의 얼큰한 맛이 없다.


현재로서는 자연재해는 타일 산출량에는 이득을 주지만 가끔 도시에 피해를 입히는 작은 이벤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딱히 자연재해에 맞춰 뭔가 플레이가 바뀌지 않는다. '아 홍수가 났구나', '아 화산이 터졌구나' 정도다. 거기에 더해 일일이 일꾼을 보내서 파괴된 시설을 수리해야하는 귀찮음만이 있을 뿐. 특히 후반에는 정말 귀찮다. 자동 수리 기능이라도 넣든가.

거대로봇 너무 멋져

바다도 척척


전략자원 시스템이 변경됐다. 사치자원처럼 전략자원을 보유하는 개념에서 턴당 산출량을 비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골드처럼 전략자원도 실제로 비축량을 소비하게 되고 유지비용도 든다. 굉장히 큰 변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그렇게 큰 변화가 없다. 원래도 전략자원이 없으면 전쟁을 하건, 돈으로 사건, 포기를 하건, 주둔지로 적당히 타협을 보든 해왔다. 유지비용에 소모되는 점이 군대 운용이나 외교클릭질에 영향을 조금 미치긴 하지만 엄청난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처음에 전략자원 시스템이 변경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당연히 무역부분과 연계되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장팩 컨셉도 문명의 자연환경 극복이겠다 당연히 지리적 환경 극복의 1등공신인 무역이, 교역이 변했을 것이라 기대했다. 기존 문명6의 무역은 너무 단순했다. 상인을 뽑아서 교역로를 꽂아주면 된다. 그나마도 사치자원이나 전략자원은 교역로도 필요없고 외교창에서 바로바로 거래가 이뤄진다. 고대시대에 실시간 이체가 이뤄지는 것은 게임적 허용이라고 쳐도 너무 단순하다. 교역이 단순하다 보니 해군의 역할도 별 것 없다. 해안도시가 있으면 좀 만들고 아님 말고. 


이번 확장팩에서 희소한 자원을 두고 치열한 교역로 패권 다툼을 기대한 것은 내 잘못인가. 운하도 있다고 하는데, 중개 교역에 따른 이익이라는 개념도 생긴 것인가. 막강한 해군 병력을 통한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륙 봉쇄!는 가능할 것인가. 석유가 없어 아우성인 시민을 보는 지도자의 고민은 깊어질 것인가. 기세좋게 철검사로 옆나라를 침략하던 지도자에게 도시국가의 배반으로 철보급로가 끊겼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은 전해질 것인가. 아니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샤브샤브를 먹을 때 떡국떡을 넣는다. 진한 육수에 가라앉아있는 떡을 건져 먹는 재미가 좋기 때문이다. 문명6를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어려움을 뚫고 불가사의를 완공했을 때다. 컷씬도 너무 멋지고 타일 위에 당당히 서있는 불가사의를 보면 흐뭇하다. 지을필요 없고 뺏어와도 되고 뭐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좋다. 없으면 굳이 추가 주문을 해서라도 먹고 싶다, 갖고 싶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 확장팩은 문명6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새로운 맛도 살짝 느껴진다. 하지만 샤브샤브값만큼 주고 사고 싶지는 않다. 전에는 흥망성쇠도 그만한 값어치는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확장팩을 보면 흥망성쇠는 그래도 선녀다. 물론 몰려오는 폭풍도 할인할 때 사면 큰 실망은 하지 않아도 된다. 확장팩이 재밌어서 산다기 보다는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문명6를 다시 즐기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면 딱 좋을 듯하다.  내 경우에 거의 2년만에 한달 내내 문명6만 했다. 밤새서.

오랜만에 보니 그래픽도 아기자기하고 마음에 든다

확대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꼭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러시아를 선택하세요.


반응형

+ Recent posts